출처: 김찬혁기자/ 청년의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
“현장의 미충족 수요는 해당 질환을 보는 영역의 전문가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로 위원회가 구성돼 혈액암 치료제 급여나 허가에 대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이달 초 본지가 만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는 새로운 혈액암 치료제의 잇단 등장으로 환자들의 치료 성적 개선이 기대되는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 기준 설정을 위해 별도의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혈액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으며, 오는 7월 학회 이사장 취임을 앞두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혈액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한 조언과 앞으로의 학회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 앞으로 DLBCL 치료 방향은 어떻게 설정돼야 한다고 보나.
DLBCL 병기는 1기부터 4기까지 나뉘고, 4기임에도 불구하고 완치가 될 수 있는 질환이다. 앞서 말했듯 전체 환자 중 1차 치료에 반응을 보인 60% 정도는 완치될 수 있다. 암 환자가 항암 치료 등을 통해서 완치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좋은 일이다. 의료진에게는 치료 의지를 북돋아주고, 환자들 입장에서도 완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병이다.
문제는 나머지 40%가 완치에 실패한다는 소리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방향성은 40%의 환자들이 최대한 많이 완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약이 개발돼야 할 것이고, 또 개발된 신약을 가지고 의사들이 임상시험 등을 통해서 효과를 증명하고 실제 진료(practice)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다.
아울러, 1차 치료에서 고위험군에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R-CHOP은 현재까지도 상당히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는 선별적으로 R-CHOP에 더해 뭔가 다른 치료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는 1기 환자부터 4기 환자까지 모두 동일하게 R-CHOP 치료를 받지만 데이터가 축적되면 고위험군에게는 다른 표준 치료를, 그 외 환자들에게는 기존 치료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한다.
- 최근 혈액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치료 환경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CAR-T 치료제나 이중특이항체 등이 치료 효과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택 가능한 치료 옵션이 많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반복 재발이라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그렇다면 건강보험 급여 면에서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이 있을까.
신약이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결국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 평가 등을 다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위원회에서 혈액암 치료제에 대해 더 전향적인 생각을 갖고 객관성에 근거해 결정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는 심의위원 대부분이 혈액암보다는 고형암을 보는 분들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고형암을 중심으로 결정이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같은 혈액암 내에서도 전문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쉽게 언급을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저는 혈액종양내과에서 혈액암에 해당하는 림프종과 다발골수종 진료를 보고 있지만 같은 혈액 질환이어도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이나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에 관해 누군가 물어보면 한마디도 얘기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 기준을 정함에 있어 혈액암을 진료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일부 혈액암을 보는 분들이 들어가 있는 위원회에서 결정이 이뤄진다는 건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한혈액학회 차원에서 혈액암은 분리해서 심의해달라는 요구를 공식적으로 했고, 앞으로도 계속 요청할 생각이다. 이는 현 집행부에서 하던 사업이기 때문에 제가 7월부터 이사장이 돼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고 다음 이사장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 오는 7월부터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을 맡게 된다.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하다.
이사장 임기 2년 동안 선대 이사장들이 닦아 놓은 기반을 더 탄탄히 닦으려 한다. 우선은 학회이기 때문에 결국 학술 활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회에 소속돼 있는 연구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연구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하려고 한다. 여러 가지 행정적인 지원이나 학회 자체 내에 기금을 이용한 연구 지원 등을 생각 중이다. 우리나라의 전국적인 혈액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지금 혈액학회의 저변 확대가 매우 절실하다. 지금 매년 내과 전문의들이 몇 백 명씩 나와도 그 중 혈액종양내과 분과 전문의는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혈액암 분야는 한두 명밖에 안 된다. 고형암 환자들이 많은 영향도 있겠지만, 혈액암 환자 상태가 중하기 때문에 기피한다는 시각도 있다. 혈액암 환자들은 치료로 인한 합병증으로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을 순 있다. 힘든 건 잘 알지만 더 많은 젊은 의사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나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의대생, 전공의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를 통해 저희가 하는 작업을 알리고 싶다. 또 혈액 질환을 보는 의사들이 좀 더 합리적이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수가의 정상화를 학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할 생각이다.
지난달 대한혈액학회 국제학술대회(ICKSH 2024)가 열렸는데 비상시국 하에서도 전년 대비 150명 이상이 더 참석했다. 해외 참석자들이 계속 꾸준히 계속 늘고 있고 이번에 초록이 거의 600편 이상 접수됐다. 2018년부터 시작된 국제학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과 내후년 학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보려고 한다.
-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20여 년 전에는 리툭시맙도 급여가 안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후 R-CHOP이 나오면서 지난 20년 동안 DLBCL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이전보다는 좋은 치료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개선점이 별로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재발한 환자들을 위한 옵션이 너무나 부족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새로운 작용기전의 약들이 우리 곁으로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에 조만간 재발한 분들도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꼭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검증된 치료만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전하고 싶다. 검증되지 않은 보조제 등 대체 의학에 마음이 쓰일 수 있겠으나 그런 것들이 예후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절대로 좌절하지 마시고 의료진을 믿고 잘 치료에 임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