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김윤미기자/청년의사
김진석 교수, 다발골수종 치료에 레날리도마이드 역할과 전망 조명
국내 유지요법 급여 적용 이후 재발·불응성 환자 치료 전략도 재편
'레날리도마이드(오리지널 상품명 레블리미드)'는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초 승인을 받은 이후, 다발골수종 및 다양한 혈액질환 치료에 널리 사용돼 왔다.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다발골수종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외투세포림프종 ▲소포림프종 등 여러 질환에 적응증을 추가하며 15년 이상 꾸준히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다발골수종의 치료 패러다임은 지난 20년간 '면역조절제(IMiDs)'와 '프로테아좀 억제제(PIs)' 중심으로 크게 변화했으며, 대표적 면역조절제인 레날리도마이드는 이러한 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도맡아 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다발골수종 및 림프종 치료에 속속 개발되고 있는 이중특이항체 등 면역요법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병용 약물로서 가치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김진석 위원장(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을 만나 다발골수종 치료에 레날리도마이드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하고, 국내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현황 및 향후 전망에 대해 들었다.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김진석 위원장 출처 : 청년의사
-다발골수종 치료에 있어 레날리도마이드의 역할은 무엇인가.
레날리도마이드는 장기 사용에 매우 유용한 약제로,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발골수종은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여러 약제를 순차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약제의 수가 제한적이다. 다른 약제들은 부작용이나 독성 문제 등으로 장기간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레날리도마이드는 경구 투여가 가능하고 장기 투여 시 비교적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여러 환자들을 치료해 본 경험상, 레날리도마이드 기반의 치료를 5년 이상 꾸준히 진행한 환자에서 생존기간이 확실히 더 길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작년 1월부터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사용 기간에 제한이 없는데,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의 적정 사용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 치료 기간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유지요법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식약처 허가 사항도 질환이 진행되기 전까지 지속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부 소규모 데이터에 따르면, 2~3년 정도 유지요법을 실시한 후 중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앞서도 말했듯 레날리도마이드는 장기 사용이 유용한 약제로, 특히 단독요법으로 쓰이는 유지요법은 질환이 진행되기 전까지 가능한 오래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을 어떻게 처방하시는지도 궁금하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자체 프로토콜을 만들어 유지요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식 후 3개월째 평가와 MRD 검사를 통해 6개월 이내 유지요법을 시작하는데, 평가 결과 완전관해(complete response, CR)보다 더 높은 성과 기준인 엄격한 완전관해(stringent complete response, sCR) 상태이고 MRD가 음성인 환자들은 유지요법을 하지 않고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면서 이후 재발할 경우 KRd 요법으로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유지요법을 해야 하는 환자라면 1년 동안 유지요법을 시행한 후 다시 골수검사와 MRD 검사를 진행한다. MRD 검사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주기적으로 하는 이유는 검사 결과에 따라 환자의 치료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젠 다발골수종 치료에 MRD 검사는 환자의 예후 예측을 위해서라기보다 치료 결정을 위한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MRD 검사에 대한 급여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 급여 적용은 이후 질병이 진행된 재발·불응성 환자 치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현재 국내에서 1차 치료에 재발 또는 불응한 환자들이 급여로 쓸 수 있는 3제요법은 'KRd(카르필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IRd(익사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등이 있다. 하지만 조혈모세포이식 후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을 사용하다 질환이 진행하면, 통상 레날리도마이드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으로 간주해 다음 차수에서는 해당 약제를 사용할 수 없다. 또한 국내에서는 1차 치료에 대부분 RVd(레날리도마이드/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3제요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재발·불응성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급여 옵션은 'Kd(카르필조밉/덱사메타손)' 2제요법밖에 없다. 물론 'Vd(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2제요법도 급여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앞서 말했듯 1차 치료에 대부분 RVd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 역시 고려되지 않는다.
이처럼 재발·불응성 환자 치료에 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3제요법에 대한 니즈가 높지만, 여전히 'DKd(다라투무맙/카르필조밉/덱사메타손)', 'DVd(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DRd(다라투무맙/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등의 요법에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처음 진단된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레날리도마이드가 필수 약제로 쓰인다고 봐도 무방한 것인가.
그렇다. RVd 요법에 급여가 적용되기 전까진 이식을 할 수 있는 환자에서는 'VTd(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3제 유도요법이, 이식을 할 수 없는 환자에서는 'VMP(보르테조밉/멜팔란/프레드니솔론)' 3제 또는 'Rd(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2제요법이 사용돼 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식군·비이식군 동일하게 RVd 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 이식군에서는 비교적 미충족 수요가 적지만, 비이식군의 경우 '다라투무맙'을 1차 치료부터 사용하면 치료 성적에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 환자들은 독성 문제로 '보르테조밉' 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RVd 대신 DRd 요법을 쓰면 환자도 편안해 하고 생존기간도 길어진다. 그러나 현재 급여권 내에서는 1차 치료에 DRd를 쓸 수 없고, Rd와 RVd 요법만 쓸 수 있어 80세 이상 고령 환자의 1차 치료에 DRd 요법에 대한 급여 니즈가 큰 상황이다.
-최근 이중특이항체 등 면역요법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레날리도마이드가 병용 약물로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레날리도마이드는 면역조절제로 T세포와 NK세포를 활성화시키고, 그 중에서도 T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중특이항체나 다른 항체 치료제와 병용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등장하는 BCMA(anti-B cell maturation antigen, B세포성숙항원) 타깃 이중특이항체들은 주로 다발골수종 4~5차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이 1~2차 치료에 도입되면 반드시 레날리도마이드와의 병용요법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레날리도마이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궁금하다.
레날리도마이드는 다발골수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림프종 아형에서도 효과를 보인다. 현재는 소포림프종 2차 치료에서만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이미 다른 림프종에서도 사전신청으로 사용되고 있고, 중추신경계 림프종 등 다양한 질환에 있어서도 비급여로 쓰일 만큼 활용도가 높다.
또한 앞서 말했듯 레날리도마이드는 기전상 항종양 효과뿐만 아니라 면역조절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다발골수종과 림프종 치료 분야에 면역항암제, 항체 치료제, 이중특이항체 등 면역요법이 발달할수록 그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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