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박으뜸기자/메디파나
신속 허가 신약, 취지 이해해 조속한 급여 등재 필요‥'제도적 유연성' 요구
암질심 위원 41명 중 혈액암 전문의 단 6명‥전문성 있는 별도 위원회 요청
대한혈액학회 기자 간담회.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혈액학회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혈액암 치료제 개발 흐름 속에서 다발골수종, 림프종 및 급성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현저히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회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주제로 간담회를 한 적이 있으나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고 판단, 구체적으로 개선점을 제안하고 나섰다.
대한혈액학회 김석진 이사장은 "혁신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지연으로 인해 치료를 방해받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특히 혈액학회는 반복적 재발 및 불응성 질환 상태로 인해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제한돼 있는 환자들을 염려했다. 이들에게 급여 등재 지연은 환자의 생존 기회를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7일 대한혈액학회는 서울 그랜드 워커힐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혈액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 문제와 혁신 신약의 급여 지연 문제를 꼬집었다.
가장 먼저, 신약 급여 지연에 대한 문제였다.
최근 '텍베일리(테클리스타맙)', '엘렉스피오(엘라나타맙)', '탈베이(탈쿠에타맙)'과 같은 이중항체 치료제는 미국 FDA 및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상 임상시험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신속 승인됐다. 이들 약제는 국내에서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신속 허가된 상태다.
그러나 심평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는 ▲3상 확증 임상시험에서 표준 치료와의 직접 비교에 대한 데이터 부재 ▲장기 추적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급여를 유보했다.
대한혈액학회 임호영 학술이사는 "기존 약제들과 확연한 치료 성적으로 차이를 보여주는 새로운 기전의 혁신 신약들을 과거 기준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게 경직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임상적 유용성과 미충족 의료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된 다발골수종뿐 아니라, 림프종 치료에서의 '엡킨리(엡코리타맙)', '컬럼비(글로피타맙)'와 같은 이중항체 치료제들 역시 동일한 문제로 급여 지연을 겪고 있다.
따라서 대한혈액학회는 지속적으로 암질심 구성의 문제를 언급해왔다.
신약 급여화에서 중요한 결정 단계인 심평원 암질심은 총 41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이 중 혈액암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혈액내과 전문의는 단 6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고형암을 전문으로 하는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임 학술이사는 "각각의 고형암이 암의 종류에 따라 그 특성이 다르듯, 혈액암 또한 급성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만성 백혈병 등 각각의 병에 따라 치료 특성이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현재와 같은 구성에서는 각각의 혈액암에 대한 평가에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혈액학회는 제도적 유연성을 요구했다.
임 학술이사는 "기존의 통상적인 치료 결과에 비해 월등한 결과를 보이는 2상 임상 결과에 기반해 신속 허가를 받은 신약에 대해서는 그 허가 취지를 이해하고, 조속한 급여 등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별도의 혈액암 전문 암질환심의기구가 구성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 학술이사는 "고형암 분야에서 각각의 세부 암종별 전문성을 기반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듯, 혈액암도 질환별 특이성과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혈액학회는 앞으로도 급여 제도 개선을 위해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임 학술이사는 "급여 지연의 피해는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큰 고통으로 돌아오므로, 관계 규제 기관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평가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는 곧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과 환자 권익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