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민태원 의학전문기자/국민일보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악성 혈액질환 |
전체 암 발생의 5%… 림프종 최다 진단 빨라지고 약제 다양… 치료성적↑
이대혈액암병원, 암종별 전문센터로 세분화시켜 집중치료 받는 시스템
국내 첫 '혈액암가족돌봄센터' 운영
"한국에선 매년 1만5000~2만명의 혈액암 환자들이 발생합니다. 림프종과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등 악성 혈액질환이 고령 인구를 중심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문영철 이대혈액암병원장은 7일 이화의료원이 이달 초 이대목동병원 내에 '혈액암병원'을 새로 연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병원 안 병원(hospital in hospital)'의 형태다. 다른 의료기관처럼 혈액종양내과 의사 1~2명이 모든 혈액질환을 다루기보다 혈액 암종별 전문센터로 세분화해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혈액건강연구소를 개소해 국제적으로 혈액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와 신약 임상시험, 차세대 세포 치료제 개발에도 도전할 참이다.
문 병원장은 “과거 ‘죽음의 병’으로 인식됐던 백혈병 등 혈액암은 표적 항암제와 동종(타인 간) 조혈모세포이식 기술의 발전, 맞춤형 면역세포 치료제인 ‘카티(CAR-T)’의 등장으로 치료 성적이 혁신적으로 향상됐다”면서 “최근엔 카티보다 범용성과 현장 적용성이 탁월한 ‘이중항체 항암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병원장에게 난치성 혈액암의 발생과 최신 치료 동향, 혈액암병원의 지향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혈액암 증가의 이유는.
“최근 발표된 2022년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모두 1만5637명의 혈액암이 발생했다. 전체 암 발생의 5% 정도를 차지한다. 림프종이 6440명으로 가장 많고 골수성백혈병(2602명) 다발성골수종(1961명) 골수증식종양(1769명) 골수이형성증후군(1598명) 림프구성백혈병(1060명) 기타 백혈병(207명) 순이다. 고령에서 발병이 증가하는 혈액암의 특성상, 수명 연장이 환자 수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진단 기술 발전과 의료 접근성 향상으로 혈액암 진단이 용이해진 것도 이유일 것이다.”
-과거 백혈병은 ‘죽음의 병’이지 않았나.
“백혈병은 혈액에 암으로 변한 백혈구가 증가해 발생한다. 급성 백혈병의 경우 적시에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2~3주 안에 많이 사망했다. 이전엔 치료 약제도 단순했다. 하지만 지금은 진단이 빨라졌고 치료법이나 약제도 다양해져 치료 성적이 크게 개선됐다. 최근엔 생존 및 완치를 경험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새로운 표적 항암제의 등장과 조혈모세포이식술의 발전, 킴리아 같은 카티 치료제의 도입이 치료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발성골수종은 어떤가.
“최근 들어 급증하는 혈액암이다. 골수 내 형질세포가 암으로 변해 생긴다. 60세 이상에 많다. 나이와 방사선, 벤젠 등 화학물질 노출이 위험 인자이긴 하나 10% 정도만 차지하고 대부분은 원인을 알 수 없다. 백혈병과 마찬가지로 카티 치료, 이중항체 항암제 등 신약의 도입으로 진단과 치료에서 격변기를 맞고 있다. 특히 카티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중항체 항암제는 암세포와 암을 파괴할 면역세포를 서로 연결해 암 사멸을 유도하는 약제다. 이런 신약 덕분에 20년 전에는 치료를 열심히 해도 1~2년 사는 게 전부였는데, 이젠 완치는 어렵더라도 당뇨병·고혈압처럼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병이 됐다.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완치를 기대해 보기도 한다.”
-림프종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다른 혈액암과 달리 비교적 젊은 층에서 발생한다. 몸 곳곳에 있는 림프절이 커지며 암이 된다. 종류에 따라 고유한 항암제 복합요법으로 치료하는데, 재발 고위험군이면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완치율을 높이기도 한다. 역시 카티, 이중항체 항암제가 림프종 치료에도 주목받고 있다.”
-전문센터로 세분화한 이유는.
“혈액암은 중증도가 높고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의 집중 관리가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배출되는 혈액 분야 전문의 수는 매우 적기 때문에, 현재 가톨릭혈액병원을 운영하는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하면 다른 병원들은 1~2명의 혈액 분야 전문의가 일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방에는 아예 혈액 전문가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대혈액암병원은 현재 8명의 전문의를 확보해 백혈병센터, 골수종센터, 림프종센터, 소아혈액종양센터, 카티/세포치료센터 등 전문센터별로 환자를 집중 관리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즉시 제공할 수 있다. 대부분 해당 분야에 20년 이상 치료와 연구 경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전문의 수를 15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혈액암가족돌봄센터’가 눈에 띈다.
“혈액암은 진단과 치료 과정, 일상·사회 복귀까지 가족과 주변의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 육체·심리적 재활, 투병에 필요한 영양균형 식이 요법 등을 교육·상담하고 경제적 지원도 하는 곳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한다. 혈액암가족돌봄센터 운영은 국내 최초다.”
문 병원장은 아울러 “혈액암 전문의가 병원에 상주하며 24시간 핫라인(전용 전화)을 통해 환자 상담 및 관리를 해주는 것도 차별되는 점”이라며 “타 의료기관의 환자 의뢰나 질의에도 즉시 응대가 가능해 필요한 경우 즉시 전원·응급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