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으뜸기자/ 메디파나뉴스
최근 다케다제약 아시아태평양 의학부가 주최한 '제 4회 온코 서밋(Onco Summit, 2/18~19)'에서 다발골수종 치료제 '닌라로(익사조밉시트레이트)'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온코 서밋에는 미국, 유럽, 호주, 싱가포르 등 전 세계 8개국 약 450명의 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닌라로는 애초 다발골수종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경구용' 프로테아좀 억제제(Proteasome inhibitors; PI)라는 점 때문에 각광을 받았다.
'경구제' 닌라로는 한 달에 약 한 번 정도 병원을 방문해 주 1회, 월 3회 경구 복용하면 된다.(1주기 28일)
고령 환자가 많은 다발골수종은 뼈 손상과 뼈 통증을 동반해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으며,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닌라로의 복약 편의성은 잦은 입·통원을 요하는 다발골수종 환자와 보호자에게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번 온코 서밋에서는 닌라로의 '치료 효과'가 보다 주목됐다.
닌라로는 이미 '무작위 대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로 뛰어난 효과를 입증했으나, 최근 들어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서도 RCT에 버금가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 닌라로 3제요법(IRd), RCT와 RWE에서 모두 합격점
한 연구에 따르면,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RRMM) 환자의 50~75%는 신기능부전, 심혈관질환, 감염 등 여러 신체적 요인에 의해 RCT 등록 자격 기준이 충족되지 못한다.
하지만 다발골수종은 환자의 약 1/3이 75세 이상에서 진단될 만큼 고령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고령 환자들은 심혈관질환 등 동반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발골수종 치료는 전향적 임상시험(RCT) 결과와, 통제되지 않은 실제 진료 환경에서의 후향적 리얼월드 분석 연구(RWE) 결과가 유사하게 나타나는지가 중요하다.
이 맥락에서 '닌라로'는 '합격점'이었다.
제 4회 온코 서밋 연자로 나선 미국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아자이 차리(Ajai Chari) 교수는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세 가지 Rd(레날리도마이드+덱타메타손) 기반의 요법(IRd:닌라로+Rd, KRd:카르필조밉+Rd, VRd:보르테조밉+Rd)에 대한 미국의 리얼월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기존 2차 이상의 요법을 실시했던 733명의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연구에서는 무진행 생존기간 'PFS(Progression-free survival)' 대신 다음 치료까지 걸린 시간 'TTNT(Time to Next Therapy)'를 관찰했다.
엄격하게 실시되는 전향적 연구에서는 PFS가 적합한 평가 변수로 쓰일 수 있으나, 일관적이지 않은 리얼월드 환경에서는 TTNT가 더 적합한 평가 변수라고 판단됐다.
연구 결과, TTNT의 중앙값은 IRd 군에서 13.5개월, VRd에서 12.2개월, KRd에서 10.9개월로 나타났다.
체력에 따라 환자를 따로 분류해 살펴보면, 비교적 체력이 좋은(fit) 환자에서는 KRd가 가장 좋은 결과를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중증도-쇠약(intermediate-frail)한 환자군에서는 KRd의 치료 성적이 가장 좋지 않았고, IRd가 KRd에 비해 통계적으로 더 유의하게 나은 결과를 보였다.
이밖에 연구진은 TTNT 중앙값을 기존 RCT에서 나타난 PFS 중앙값과 비교했다.
KRd가 임상시험에서 보인 PFS 중앙값은 26.3개월이었으나, 리얼월드에서 확인한 TTNT 중앙값은 10.9개월이었다. IRd가 임상시험에서 보인 PFS 중앙값은 20.6개월이었으나 리얼월드에서의 TTNT 중앙값은 13.5개월로 나타났다. 격차는 KRd에서 더 컸다.
연구에 포함된 IRd 환자들은 다른 주사 요법 환자들 대비 전반적으로 더 고령이고, 이전 치료 전력이 많은 상태였다. 그리고 더 적은 CRAB 증상(Hypercalcemia-고칼슘혈증, Renal failure-신장 관련 증상, Anemia-빈혈, Bone lesions-허리통증)을 갖고 있었다.
차리 교수는 "좋지 않은 예후를 가진 환자가 포함돼 있었음에도 IRd 요법은 타 치료법과 유사한 치료 성과를 보였으며, 하위 그룹 분석 결과 노쇠한 환자 군에서 더욱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차리 교수는 네 가지 Rd 기반 치료 요법(IRd, KRd, VRd, DRd:다라투무맙+Rd)에 대한 효과를 평가한 Global Insight Observational Study 데이터도 소개했다.
연구 결과, 리얼월드의 TTNT 중앙값은 RCT의 PFS 중앙값 대비 더 짧은 경향을 보였는데, 앞선 연구와 동일하게 IRd 데이터에서 그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차리 교수는 "IRd는 그리스, 유럽, 이스라엘, 프랑스 등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시행된 리얼월드 연구에서 PFS 중앙값이 15.6개월에서 27.6개월 사이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IRd의 전향적 연구였던 TOURMALINE-MM1에서의 PFS는 20.6개월이었다. 즉, IRd의 리얼월드와 임상시험에서의 데이터는 KRd에서 보였던 것만큼(mPFS: 26.3개월 vs mTTNT: 10.9개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닌라로는 종양 학계에서 활발히 인용되는 미국종합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ver4. 2022)에서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우선 권고(Category 1, preferred)되고 있다.
◆ 닌라로, 고위험군 유지요법 새로운 영역 확장
닌라로는 최근 '유지요법'에서도 효과와 유용성을 인정받았다.
다발골수종에서 유지요법은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더 깊은 관해를 이끌어 이식 후 결과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Mayo guideline)은 세포 유전학적 고위험군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프로테아좀 억제제(Proteasome inhibitors; PI) 기반의 유지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닌라로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 유지요법에서 프로테아좀 억제제에 대해 첫 번째로 실시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연구인 TOURMALINE-MM3 연구 결과를 갖고 있다.
31개월 차의 첫 번째 중간 분석 결과, 닌라로를 24개월 간 유지요법으로 복용한 환자군에서 PFS가 위약군 대비 39%까지 유의하게 개선됐고,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28% 감소됐다.
아울러 닌라로 치료는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고, 치료 중단 비율은 낮았으며, 환자 삶의 질은 잘 유지됐다.
하위 그룹 분석에서도 닌라로 유지요법은 유도요법, 연령, 국제 병기분류 체계(International stagingsystem; ISS) 병기, 연구 시작 시점에서의 치료 반응 종류 등에 관계 없이 모든 환자에서 임상적 이득을 보였다.
그리고 닌라로는 위약군 대비 치료 반응의 깊이를 유의하게 개선시켰다.
해당 연구에서 연구 시작 시점에서 '매우 좋은 부분 관해(VGPR)' 상태였던 환자들이 닌라로 투여 후 '완전 관해(CR)'로 전환되거나, '부분 관해(PR)'를 보였던 환자들이 '매우 좋은 부분 관해(VGPR)' 또는 '완전 관해(CR)'로 전환되는 결과도 확인됐다.
닌라로는 연구 시작 당시 환자의 미세잔존질환(MRD) 상태에 관계 없이 PFS 개선을 보였으며, 특히 MRD 음성으로 닌라로 유지요법을 받은 환자에게서 가장 좋은 결과를 보였다.
그리스 아테네 대학의 디모풀로스(Meletios-Athanasios dimopoulous) 교수는 "닌라로는 이식 후 유지요법으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으며, 닌라로의 치료 효과를 다른 활성 대조군과 비교 평가하기 위한 연구들이 추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발골수종에는 기존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의 유지요법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군이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닌라로 유지요법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무작위배정 연구 데이터를 통합한 메타 분석에서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은 위약 대비 생존기간(OS)를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별 연구를 살펴보면 실제로 OS 개선을 보인 것은 미국에서 실시한 연구 단 한 건(McCarthy et al.) 뿐이었다.
또한 하위 그룹 분석을 들여다보면 ISS 3등급, 세포유전학적 고위험군을 포함한 7개의 하위 집단에서 위약 대비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의 효과가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고위험군 환자들은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에서 유익성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유지요법으로써 닌라로 효과를 평가한 TOURMALINE-MM3 연구의 하위 그룹 분석은 ISS Stage 3인 환자들과 고위험군의 환자들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됐다.
싱가폴 국립대 암 연구소의 청 위 주(Chng Wee Joo) 교수는 "닌라로 유지요법은 기존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위험군에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우리에게는 유지요법에서 두 가지 옵션이 생겼으며, 고위험군에서는 두 가지 옵션의 병용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행사에 참석한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혈액종양내과 도영록 교수는 "다발골수종 환자의 실제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치료옵션이 생기고 있다"며, "닌라로가 다발골수종 2차 치료에서 경구 3제 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최근 유지요법에도 적응증이 확대됐다. 더 많은 국내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좌장으로 참여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기현 교수는 "국내외 석학들과 다발골수종 치료 현황과 전망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내년 온코 서밋에서는 국내외 연자들과 직접 만나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