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송재훈기자 / 의약뉴스
"저용량으로라도 레날리도마이드 유지요법을 이어가야 한다."
최근 폐막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2)에서는 신규 진단된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임상 DETERMINATION 연구 결과가 기조 강연을 통해 공개됐다.
이 연구는 다발골수종의 RVD(레날리도마이드+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3제 요법 이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과 무관하게 표준요법인 레블리미드(오리지널 제품명 레블리미드, BMS) 유지요법을 받았다.
연구의 결론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가 더 개선됐다는 내용으로, RVD 3제 요법에 이은 자가조혈모세포이식 후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이 다발골수종에 있어 최선의 옵션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평가였다.
▲ 최근 폐막한 ASCO 2022에서 DETERMINATION 연구를 평가한 국제 골수종 연합 요셉 미카엘 교수는 이 연구에서도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이 다발골수종 치료한 중요한 부분으로 확인됐다면서 저용량으로라도 유지하는 것이 중단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 연구를 평가한 국제골수종연합 요셉 미카엘 교수는 연구진들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 연구 결과를 주목했다.
이 연구에서도 레블리드 유지요법이 여전히 다발골수종 치료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 독성 관리가 어렵다 하더라도 레블리미드 투약을 중단하는 것보다 저용량으로라도 유지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선택이라고 역설했다.
다발골수종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후에도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서 질병의 진행 또는 재발을 경험하기 때문에, 재발 기간을 얼마나 늦추느냐가 치료의 핵심 목표다.
이 가운데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CLALGB 100104와 IFM 2005-02, GIEMA RVMM-PI-209 등 다수의 연구에서 다발골수종의 재발 및 2차 치료 시기를 늦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치료요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 세 가지 연구를 통해 새롭게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받은 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1208명의 환자를 메타분석한 결과 중앙 추적관찰 79.5개월 시점에서 레블리미드 단독 유지요법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52.8개월로 위약군의 23.5개월에 비해 2배 이상 길었다.
또한 후속 연구를 통해 88.8개월(중앙값기준)동안 추적관찰한 결과에서도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이 111개월로, 위약군의 86.9개월보다 25개월 가량 더 길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에서는 이식 가능 및 불가능 환자 모두에서 유일하게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가장 높은 수준의 선호 치료로 권고하고 있고,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도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 유일한 유지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ASCO 2022에서도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다발골수종 관련 다수의 연구에서 표준 요법으로 등장, 백본(Back-Bone)으로 투약되거나 직접 비교 대상이 됐다.
그만큼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이 이제는 글로벌 표준요법으로서 확고부동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시행하고 환자가 많지 않다.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이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한다는 CLALGB 100104 연구 결과가 발표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급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이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한다는 CLALGB 100104 연구 결과가 발표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급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4월 1일, DETERMINATION 연구진이 꼽은 최적 요법의 한 축인 RVD 3제 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부담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중심축인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다발 골수종치료에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후 유지요법으로 허가된 약물은 현재까지 레날리도마이드와 익사조밉 총 2가지로,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식 후에 휴약기를 갖게 된다. 현실적으로 고가의 약물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5년 상대생존율이 49.1%(2015-2019기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비용에 대한 부담감으로 유지요법을 진행하지 않다 보니, 이식 후 1년~2년 후에 재발을 하는 케이스가 많다.
사실상 대다수의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들은 국제적 표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으로, 레블리미드 유지요법 급여 적용에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무엇보다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CLALGB 100104, IFM 2005-02, GIEMA RVMM-PI-209 메타분석 연구 결과를 바꿔 말하면, 조혈모세포 이식 후 유지요법을 받지 않은 환자는 유지요법을 받은 환자보다 두 배 더 빨리 2차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1개 약제 유지요법으로 재발을 늦추는 것이 고가의 3제 요법 시작 시점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투입되는 치료제 비용만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생존기간 연장, 나아가 장기적인 경제적 효율성 관점에서 유지요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윤덕현 교수는 “재발이 잦아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다발골수종은 조혈모세포 이식 시 예후가 가장 좋다”면서 “특히 성공적인 이식을 위해 효과적인 유도요법을 통해 최적의 상태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번 RVD 요법 급여가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환경을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식 후 많은 환자분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유지요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유지요법은 재발률을 감소시키며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로 건강보험 급여를 통한 환자의 접근성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